법적으로 완전히 이혼한 지 1년이 지났다. 시간은 흐르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 초조함 속에 그렇게 안 갈 것 같은 시간은 흘렀다.
이혼하기 앞서 굉장히 많이 무섭고, 두렵고 무엇보다 '혼자서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특히나 어린아이 둘이 잠든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한없이 약해졌다.
혹시나 재결합하자고 하면 못 이기는 척해야 하나?
아이들 아빠니까 아빠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새로운 인생을 살고, 또 다른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난다 해도 그 사람이 정말 아이들에게 잘해준다 해도 진짜 핏줄인 아빠를 대체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미안했다. 본의 아니게 이런 환경을 보여주게 되어서..
나조차도 원치 않았던 환경을 보여주게 되어서 이런 환경에 노출시켜서 미안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아이들이 나를 이해해 주는 날이 오기를 바라기도 했다. 나의 선택이 정말 잘한 선택임을 인정받고 싶었다.(내가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이유... 는 너희를 지키기 위해서인 거라고..)
우리 부부는 나름 성격도 잘 맞았다. 거의 9년을 함께 해왔는데 부모님과 함께 한 28년보다 훨씬 짧지만 나를 제일 많이 알고, 나를 제일 많이 겪은 사람이 그 남편일 듯하다.
그런데 사는 게 뭔지, 이런 일로 이혼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아니 반드시 이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지금은 마음에서 제법 좀 편안해지고 여유로워지긴 했는데, 완전히 법적으로 이혼하기 전까지 마음의 고통은 정말 심했다.
매일 잠이 들지 못해, 유튜브 수면명상, 주파수음악등을 들어야 겨우 잠이 들었다. 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는 심장이 두근거리고, 늘 불안의 패턴 속에 살았던 것 같다.
남편이 잘못을 3번 했다. 한 번 하고 용서하고 두 번 하고 용서하고 세 번 하고 이건 용서가 아닌 포기였다. 정말 살고 싶었다. 아이 낳고 출산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한 달 뒤부터 아주 빵빵 터뜨려주신다. 오늘 이 사람에게 갚아야 할 돈이 있고, 눈뜨면 다음 주 또 갚아야 할 돈이 있다고 대출을 요구했다. 가진 것은 대출받은 아파트 한 채인데, 정말 아파트 한 채 빼고 모든 현금자산은 다 쓰고 나서야 겨우 끝낼 수 있었다. 아파트가 내 명의로 되어있는 것이 이 집이 안 날아가게 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현재 남편은 굉장히 그때의 상황에 대해서 미안해하고 많이 사죄한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열심히 살려고 한다. 그러나 그때 닫혀버린 마음의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정말 아이 아빠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닫혀버린 문을 열기에는, 이미 깨져버린 유리조각을 다시 붙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우리의 결혼생활은 끝이 났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남남이 될 수 없었다.
정말 꼴도 보기 싫게 싫었던 때도 있었는데, 아이들에게 부모의 역할은 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을 보러 왔다. (출장이나 바쁠 때는 한 달에 한번) 나는 부모님에게 조차 양육을 부탁할 수 있는 상황이 못되어 오로지 혼자 독박육아를 해야 했다. 그렇다 보니 남편이 오는 것이 좋았다.
남편이 오는 날은 아이들의 예쁨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자, 내가 잠시 숨 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에게 잘하는 남편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울컥,
가려는 아빠를 붙잡으며 '자고 가면 안 돼?' 하는 첫째의 말에 울컥,
이게 무슨 일이지...? 모든 건 다 꿈같고 막...
현실 같지 않았다. 전혀 내가 바라는 내가 원했던 결혼생활이 아니었다.
결혼생활이 뜻대로 , 내 인생이 뜻대로 당연히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겠지만 뭔가 인생이 서글프게 느껴졌다.
이혼하고 나서 혹시나 나중에 다시 재결합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다. 절레절레
내가 이 결정을 한 데는 정말 이유가 있지 않을까? 다른 내 인생의 운명을 새로운 방향으로 정할 수 있는 기회이지 않을까? 굳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신중하게 내린 결정을 다시 또 결합하여 그와의 불화를 쌓기 싫었다.
지금 우리 관계가 좋은 이유는 서로에게 바라는 바가 없다.
주말에 아이들 보러 와주면 좋고, 아니면 말고
양육비도 주면 감사하고, 안 주면 어쩔 수 없고(현실적으로 이러면 힘들지만)
부부일 때는 남편의 건강 챙기며, 왜 이 영양제 안 먹냐? 그렇게 살쪄서 어떡하냐? 그 사람이 내 것이라고
내가 안고 가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그 사람자체를 신경 쓰게 되는데 지금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
그가 무엇을 먹든, 출장을 가든, 일을 하든, 피곤하든 그냥 그러려니 한다.
우리의 일정한 거리두기 관계가 지속되다 보니 평일에 굳이 연락 안 해도 만나면 나름 아이들 위해 함께 어디 가기도 하고 외식도 한다.
이전에 상대에 대해 간섭하고 신경 썼고 챙겨주었던 것을 내려놓으니 편하다.
왜? 안 해도 되니까
부부관계에서 적절한 거리는 항상 필요한 듯하다. 그리고 오히려 남편이 없고, 오로지 홀로서기를 하려니 나 자신을 챙기게 된다. 더욱 신경 쓰게 되는 건강, 더욱 신경 쓰게 되는 외모!
나보다 가족을 더 생각했고, 다른 것들을 신경 썼는데 이혼은 온전히 좀 더 내게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더 성장하게 만들었다.
이혼 후 1년.. 내 마음이 더 단단하게 만들어지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현실주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행복, 그런 하루 (0) | 2024.05.14 |
---|---|
조현병엄마 약은 그냥 영양제 먹듯이 먹어야 한다. (0) | 2023.08.15 |
결혼 6년차 느낀점 알려드림. 결혼은 인생의 전환점!!! (0) | 2020.01.28 |
26살 채팅앱에서 만나 결혼까지 했어요. (0) | 2019.01.09 |
부부에게 돈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0) | 2018.12.21 |